가게 문을 열어도 하루 종일 손님 한 명 없는 날이 있었다.
미정은 거울 앞에 앉아 생각했다.
‘이러다 또 망하는 거 아닌가.’
이미 인생에서 큰돈을 여러 번 잃은 여자였다.
이번만큼은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전단지를 만들었다.
1000장.
아파트와 상가를 돌았다.
사북 시내에도 뿌렸다.
학생 커트 8000원.
성인 커트 1만원.
가격도 싸게 잡았다.
손님이 멀리 있으면 병수가 봉고차를 몰고 데리러 갔다.
자미원.
증산.
남면.
만항고개 근처까지.
10㎞가 넘는 곳에서도 전화가 오면 출발했다.
“미용실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모셔다드립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차가 왔다.
머리를 다 하면 다시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산골 어르신들에게는 최고의 서비스였다.
입소문이 났다.
“거기 싸.”
“머리도 잘해.”
“차로 데리러도 와.”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다섯 명이 됐다.
나중에는 하루에 10명 가까이 찾아왔다.
여자 손님이 많았지만 남자 손님도 적지 않았다.
미용실 한쪽 벽에는 임영웅 포스터가 붙었다.
동네 어머니들이 모두 임영웅 팬이었다.
“원장님, 임영웅 사진 좀 크게 붙여놔.”
미정은 웃으며 붙였다.
잭팟미용실은 어느새 머리만 하는 곳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이 됐다.
카지노 이야기.
남편 흉.
자식 자랑.
누가 돈 땄다는 이야기.
누가 돈 잃었다는 이야기.
그 모든 이야기가 미용실 거울 앞에서 흘러갔다.
두 사람의 사랑도 제법 유명했다.
2020년 겨울 사북에서는 코로나로 지친 주민들을 위한 작은 힐링콘서트가 열렸다.
박남정을 비롯한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사람들이 오랜만에 모여 웃고 박수를 쳤다.
그날 병수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사람 많은 곳에서 말을 시키면 더 신이 났다.
“제가 여기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병수가 객석의 미정을 가리켰다.
“저 여자입니다.”
박수가 터졌다.
미정은 얼굴이 빨개졌다.
“미쳤어.”
그러면서도 웃었다.
병수는 계속 말했다.
“청량리에서 기차 타고 오다가 만났는데, 사북 도착하기 전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사람들이 웃었다.
“제가 말이 좀 되잖아요.”
이번에는 더 큰 웃음이 터졌다.
미정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날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사북 주민들에게 공식적으로 공개됐다.
청량리에서 만나 사북에 도착하기 전에 사랑에 빠진 커플.
카지노 도시다운 빠른 사랑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병수는 돈은 잘 벌었지만 돈을 모으지 못했다.
카지노 때문이었다.
필리핀에서 사업하던 시절부터 시작된 도박은 끊어지지 않았다.
필리핀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날렸다.
한국으로 돌아와 용접공으로 일했다.
강원랜드 건설현장에서 용접해 돈을 벌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일을 마치면 카지노로 들어갔다.
카지노 건물을 짓고 받은 돈을 그 카지노 안에서 다시 잃었다.
병수는 그 이야기도 웃으며 했다.
“내가 카지노 지어서 번 돈을 카지노가 다시 가져갔지.”
사람들은 웃었다.
그러나 미정은 웃지 못했다.
대리운전을 하면서도 똑같았다.
서울까지 장거리 한 건을 뛰면 돈이 됐다.
며칠 열심히 일하면 주머니가 제법 두둑했다.
그런데 카지노에 들어갔다 나오면 돈이 없었다.
하룻밤에 300만원.
어떤 날은 500만원.
두세 시간 만에 사라졌다.
미정은 기가 막혔다.
“당신은 하루 종일 운전해서 돈 벌고 왜 카지노 가서 다 줘?”
병수는 항상 비슷한 말을 했다.
“조금만 하면 찾을 수 있었어.”
“뭘 찾아?”
“잃은 거.”
“그러니까 그걸 왜 찾는데!”
부부 싸움 같은 연인 싸움이 시작됐다.
병수는 미안하다고 했다.
다시는 안 간다고 했다.
그 다음 주에 또 갔다.
미정은 하루 종일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학생 한 명 8000원.
성인 한 명 1만원.
파마하고 염색하고 하루 종일 서 있어야 몇십만원을 벌었다.
병수는 그 돈의 열 배, 스무 배를 카지노에서 몇 시간 만에 잃었다.
미정은 어느 날 말했다.
“나는 만원을 벌려고 머리를 몇 번 자르는 줄 알아?”
병수가 가만히 있었다.
“당신은 300만원을 잃으면 내가 머리를 몇 명 잘라야 하는 줄 알아?”
병수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못했다.
카지노에서는 돈의 크기가 달라졌다.
미정에게 1만원은 한 사람의 머리를 잘라야 생기는 돈이었다.
병수에게 카지노 안의 10만원은 칩 하나였다.
두 사람은 같은 돈을 전혀 다르게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