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ournal

요지경카지노·26. 09. 26.

황금 의자에서 삭풍의 거리로…앵벌이 철수의 ‘천당과 지옥’

홍춘봉편집국 기자·기자

필리핀 카지노 슬롯머신

황금 의자에서 삭풍의 거리로…앵벌이 철수의 ‘천당과 지옥’

 

안산의 밤은 돈 냄새가 났다.

 

성인오락실 기계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전자음과 사람들의 탄식, 환호, 욕설이 뒤섞인 골목에서 철수(52·가명)는 한때 ‘황제’로 불렸다.

 

전남 여수 출신인 그는 경기도 안산에서 성인오락실 5곳을 운영했다. 그것도 손님이 몰리는 이른바 ‘노다지 목’에만 업소를 냈다.

 

장사가 잘될 때는 업소 한 곳에서 하루 100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왔다. 다섯 곳이면 하루 매출이 수천만원에 달했다.

 

철수에게 당시 현금은 돈이라기보다 물건에 가까웠다.

 

직원들은 현금 뭉치를 세고, 그는 그것을 자루에 담아 옮겼다. 하루 장사가 끝난 뒤 쌓여 있는 돈다발을 보면 피곤함보다 묘한 쾌감이 먼저 밀려왔다.

 

“그때는 돈이 돈 같지가 않았어요. 오늘 없어져도 내일 또 들어오니까.”

 

직원만 12명이었다.

 

철수는 월급제를 싫어했다.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 장사인데 월급이 어디 있냐.”

 

직원들에게는 하루 15만원씩 일당을 지급했다. 식비와 간식비까지 포함하면 매일 적지 않은 돈이 나갔지만 그는 아까워하지 않았다.

 

오락실에서 1000만원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손님에게 100만~200만원을 쥐여주는 일도 있었다.

 

“소주나 한잔하고 들어가라.”

 

필리핀 카지노

SHOP THE LOOK: 필리핀 카지노

그 돈은 업계에서 이른바 ‘뽀찌’였다.

 

돈을 잃은 사람에게 다시 돈을 쥐여주는 기묘한 세계.

 

철수는 그 세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다.

 

도박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지금 돈을 따고 있는지, 잃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욕심이 커지는 순간도, 손절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순간도 숱하게 지켜봤다.

 

그래서 그는 자신만큼은 절대 도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이 깨진 곳이 강원랜드였다.

 

■ “이렇게 쉽게 돈을 벌어?”

 

2026년 초겨울.

 

철수는 아내와 하이원리조트로 스키 여행을 갔다.

 

하얀 설원을 가르며 하루를 보낸 뒤 호기심에 카지노에 들어갔다.

 

오락실을 수년간 운영해온 철수에게 카지노는 낯선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임은 다르고 규모는 컸지만 결국 사람의 욕심을 상대하는 곳이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여겼다.

 

그는 객장 안에서 좌석 두 개를 구했다.

 

그리고 별다른 긴장도 없이 게임을 시작했다.

 

두 시간 뒤, 그의 앞에는 500만원의 수익이 남았다.

 

순간 철수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단순했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구나.’

 

오락실에서는 직원 관리도 해야 했다. 단속 걱정도 했다. 기계 고장도 챙겨야 했다. 손님과 시비가 붙으면 직접 나서야 했다.

 

그런데 카지노에서는 달랐다.

 

의자에 앉아 칩 몇 장을 밀었을 뿐인데 돈이 불어났다.

 

그날의 500만원은 철수 인생에서 가장 비싼 돈이 됐다.

 

그는 이후 강원랜드를 자주 찾았다.

 

처음에는 여행이었다.

 

다음에는 재미였다.

 

그다음에는 돈을 따기 위해 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잃은 돈을 찾기 위해 카지노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도박 중독자들의 전형적인 궤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사람이 정작 자신의 추락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안산의 오락실 운영은 점점 뒷전으로 밀렸다.

 

직원들이 전화해도 귀찮았다.

 

“알아서 해.”

 

카지노에서 게임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업소는 흔들렸다.

 

하나가 문을 닫고, 또 하나가 정리됐다.

 

돈이 부족하면 카드로 막았다.

 

신용도가 좋았던 철수는 여러 장의 카드를 사용했다.

 

한도를 채웠다.

 

주변 사람에게 돈을 빌렸다.

 

업소까지 처분했다.

 

그렇게 카지노와 도박에 들어간 돈이 그의 계산으로 약 20억원에 달했다.

 

한때 하루 수천만원을 움직이던 남자는 결국 빈손이 됐다.

 

■ 필리핀의 싸구려 숙소

 

철수는 한국을 떠났다.

 

도망치듯 필리핀으로 갔다.

 

처음에는 20억원을 잃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내가 어떻게 이렇게 됐나.”

 

한때는 삶을 끝내려는 생각까지 했다.

 

몇 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나중에 그는 그 시절을 이렇게 말했다.

 

“죽고 싶었던 게 아니라 도망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살아남고 나니 다시 먹고사는 문제가 남았다.

 

그는 필리핀 카지노 주변에서 이른바 ‘아바타 게임’을 했다.

 

다른 사람이 지시하는 대로 대신 베팅하는 일이었다.

 

시간당 500페소.

 

아침 일찍 시작해 밤늦게까지 카지노 테이블에 앉았다.

 

자기 돈으로 게임할 때는 수천만원, 수억원을 베팅했던 사람이 이제는 남의 돈을 대신 걸고 시간당 몇천원을 받았다.

 

숙소는 공동시설을 사용하는 값싼 방이었다.

 

끼니를 제대로 챙기기도 힘들었다.

 

라면 몇 봉지로 며칠을 버틴 적도 있었다.

 

안산에서 수백만원씩 팁을 주던 사람이 끼니를 걱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밑바닥 생활에서 철수의 장점 하나가 다시 살아났다.

 

성실함이었다.

 

하루 종일 테이블에 앉아도 불평하지 않았다.

 

지시받은 게임을 묵묵히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한 노부부가 그를 눈여겨봤다.

 

그들의 도움으로 철수는 다시 마카오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또 한 번 인생을 뒤집을 기회를 잡았다.

 

■ 850만원이 7억원이 되던 밤

 

마카오 리스보아,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

SHOP THE LOOK: 마카오 야경

철수가 마카오에서 시작한 돈은 850만원이었다.

 

그 돈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1000만원.

 

3000만원.

 

1억원.

 

판이 이상하리만큼 잘 풀렸다.

 

철수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그의 손에는 약 7억원이 남았다.

 

20억원을 잃고 필리핀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사람에게 7억원은 단순한 돈이 아니었다.

 

새 출발할 수 있는 돈이었다.

 

빚 일부를 갚을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었다.

 

철수도 그 사실을 알았다.

 

“여기서 끝내자.”

 

그는 한국행 항공권을 알아봤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주말이었다.

 

표가 없었다.

 

급한 마음에 헬기를 타고 홍콩으로 넘어갔다.

 

비용만 수십만원이 들었다.

 

홍콩에서도 일반석은 구할 수 없었다.

 

남은 좌석은 비즈니스석.

 

가격은 약 450만원이었다.

 

그 순간 철수의 마음속에서 이상한 계산이 시작됐다.

 

‘비행기 한 번 타는데 450만원?’

 

손에는 7억원이 있었다.

 

카지노에서는 한 판에 수천만원씩 걸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비행기표 450만원은 아까웠다.

 

결국 그는 표를 사지 않았다.

 

다시 마카오로 돌아갔다.

 

그 선택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비싼 ‘절약’이 됐다.

 

마카오로 돌아온 철수는 카지노 테이블 앞에 다시 앉았다.

 

‘조금만 더.’

 

그 생각은 늘 파멸의 시작이었다.

 

7억원 가운데 일부가 줄었다.

 

잃은 돈만 찾고 나오려 했다.

 

다시 잃었다.

 

판돈이 커졌다.

 

오기가 생겼다.

 

몇 시간 뒤 7억원은 사라졌다.

 

450만원짜리 비행기표를 아끼려던 남자는 7억원을 잃었다.

 

그는 훗날 수없이 그 장면을 떠올렸다.

 

“그 비행기표만 샀다면…”

 

하지만 카지노에서 ‘만약’이라는 단어는 아무 쓸모가 없다.

 

■ 다시 강원랜드

 

철수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정선으로 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추락이 시작된 곳이었다.

 

한때 안산에서 여러 업소를 운영하던 사장.

 

직원 12명에게 일당을 지급하고, 큰돈을 잃은 손님에게 수백만원을 건네던 남자.

 

그는 이제 강원랜드 주변에서 하루를 버티는 사람이 됐다.

 

카지노 주변에서는 이런 장기 체류자를 흔히 ‘앵벌이’라고 부른다.

 

게임할 돈이 떨어지면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고, 심부름을 하고, 때로는 카지노 안팎을 서성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철수 역시 그들 가운데 한 명이 됐다.

 

사북의 겨울은 춥다.

 

해가 지면 산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철수는 그 거리를 걸으며 가끔 안산 시절을 이야기한다.

 

하루 수천만원이 들어오던 오락실.

 

현금 자루.

 

직원들.

 

그리고 1000만원을 잃은 손님에게 200만원을 건네던 시절.

 

듣는 사람들에게는 허풍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철수에게 그것은 실제로 존재했던 과거다.

 

그는 가끔 마카오 이야기도 한다.

 

“그때 450만원짜리 표만 샀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그러다 한참 말을 멈춘다.

 

그러나 그의 인생을 무너뜨린 것은 450만원짜리 비행기표 한 장이 아니었다.

 

500만원을 쉽게 땄던 첫날의 기억.

 

잃은 돈을 반드시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한 번만 더 하면 된다는 욕심이었다.

 

카지노는 철수에게 여러 번 기회를 줬다.

 

500만원의 행운도 줬고, 7억원의 기적도 줬다.

 

그러나 그는 그때마다 그것을 ‘끝낼 기회’가 아니라 ‘더 벌 기회’로 받아들였다.

 

그 차이가 황금 의자에 앉아 있던 한 남자를 사북의 겨울거리로 밀어냈다.

 

철수는 오늘도 강원랜드 주변을 걷는다.

 

화려한 카지노 불빛은 여전히 산골의 밤을 밝힌다.

 

그 빛 아래에서 누군가는 돈을 따고 환호하고, 누군가는 잃은 돈을 되찾겠다며 다음 판을 준비한다.

 

철수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본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돈을 딸 때가 제일 위험한 거예요. 나는 잃어서 망한 게 아니라, 처음에 너무 쉽게 따서 망한 사람이니까.”

 

안산의 황제였던 남자에게 남은 것은 이제 빚과 기억뿐이다.

 

한때 그의 손에서 춤추던 돈은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다음에는 다를 것’이라는 카지노의 유혹만은 아직도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천당과 지옥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철수에게 그 거리는 카지노 테이블 한 칸, 그리고 ‘한 판만 더’라는 생각 하나만큼 가까웠다.

자주 묻는 질문

도박 중독은 어떤 과정을 통해 시작되나요?+

도박 중독은 대개 처음 경험한 게임에서 얻은 우연한 큰 수익이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잘못된 확신에서 시작됩니다. 철수의 사례처럼 오락실 운영 경험이 있어 도박의 생리를 잘 안다고 자부하던 사람조차, 첫 승리의 기억에 사로잡혀 잃은 돈을 되찾으려는 보상 심리가 발동하면서 점차 통제력을 잃고 파멸의 궤적을 걷게 됩니다.

도박 중독자가 겪는 심리적 특징은 무엇인가요?+

도박 중독자들은 '이번 한 번만 더 하면 잃은 돈을 복구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희망과 오기에 사로잡힙니다. 특히 큰돈을 땄을 때 이를 멈추지 못하고 더 큰 수익을 기대하며 판돈을 키우는 것이 특징입니다. 철수 역시 7억 원이라는 거액을 손에 쥐고도 비행기 표 값을 아끼려다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합리적인 판단력을 상실하고 도박의 유혹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인가요?+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돈을 딸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운 좋게 얻은 수익을 끝낼 기회로 삼는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잃은 돈을 되찾겠다는 생각은 또 다른 파멸의 시작일 뿐입니다.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이나 잃어버린 돈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음에는 다를 것'이라는 카지노의 유혹을 단호하게 끊어내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기자 소개

홍
홍춘봉기자

카지노 이슈와 산업 전반을 취재하는 K-Journal 기자입니다.

홍춘봉 기자의 더 보기 →

댓글

회원 가입·로그인 없이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