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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카지노·26. 09. 05.

[요지경 필리핀 카지노] 철창 안에서도 돈이 계급이었다

홍춘봉편집국 기자·기자

필리핀 마닐라 야시장

필리핀은 철창 안에서도 '돈이 계급?'

(이 글은 필자가 필리핀 현지 교민과 관계자들을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논픽션이다. 외국인 수용시설 내부의 특혜와 도박 등에 관한 일부 내용은 현지 증언에 의존하고 있어 공식 수사나 사법기관의 확인 내용과 다를 수 있다. 편집자 주)

 

 2023년 12월 14일,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공항.

 

한국행 특별기 주변에는 평소보다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경찰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갑을 찬 한국인들이 줄지어 항공기에 올랐다.

 

탑승자는 모두 47명.

 

해외로 도피했다가 붙잡힌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사기·마약·폭력·절도 피의자들이었다. 인터폴 적색수배자 11명도 포함됐다.

 

영화 속 죄수 수송기를 연상시키는 장면 때문에 이 특별기는 곧바로 ‘한국판 콘에어’라는 별칭을 얻었다.

 

송환된 피의자 가운데 사기 혐의자는 39명, 이들이 저지른 것으로 조사된 피해액만 약 460억원에 달했다. 필리핀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보이스피싱 조직원 21명도 한꺼번에 한국으로 압송됐다.

 

한국 경찰이 해외 도피사범을 전세기로 집단 송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이야기는 특별기가 필리핀을 떠난 뒤에 남았다.

 

그들이 송환되기 전 머물렀던 외국인 수용시설 안에서는 돈의 유무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현지 교민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감옥이지만,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술과 고기, 도박까지 가능한 ‘또 하나의 사회’라는 것이다.

 

◇범죄자들이 필리핀으로 향하는 이유

 

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세부와 보라카이, 팔라완 등 세계적인 휴양지를 보유한 관광대국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백사장, 고급 리조트는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카지노와 골프장, 유흥시설도 발달해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해외여행지로 꼽힌다.

 

그러나 화려한 휴양지의 이면에는 불안한 치안과 총기 범죄, 납치·살인, 부패 문제가 공존한다.

 

범죄조직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체류비와 영어 사용 환경,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지리적 특성을 악용해 필리핀에 거점을 마련해 왔다. 보이스피싱과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가 수사망이 좁혀지면 다른 도시나 섬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경찰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월 말 기준 필리핀으로 도피한 한국인 피의자는 144명으로, 당시 전체 국외도피사범 485명의 29.7%를 차지했다.

 

한국인 해외 도피사범 10명 가운데 3명가량이 필리핀에 숨어 있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필리핀에는 한국 경찰청이 파견한 ‘코리안데스크’가 운영되고 있다.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경찰과 공조해 한국인 관련 범죄를 수사하고 도피사범의 소재를 추적한다.

 

2023년 특별기로 송환된 47명도 이러한 공조수사의 결과였다.

 

◇송환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감옥

 

필리핀에서 체포된 외국인 도피사범은 재판과 추방 절차가 끝날 때까지 현지 교정시설이나 이민당국의 수용시설에 머물게 된다.

 

이곳에는 살인·강도·납치 등 중범죄 피의자부터 마약, 사기, 불법체류 혐의자까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신원 확인과 현지 재판, 추방명령, 본국과의 송환 협의가 늦어지면 수개월에서 수년을 기다리는 사례도 발생한다.

 

시설과 의료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는 질병이나 인권침해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 경찰이 피의자 47명을 집단 송환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현지에 장기간 수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건강과 인권 문제였다.

 

그러나 현지 교민들에게서 들은 수용시설의 모습은 일반적인 감옥과 상당히 달랐다.

 

돈이 없는 수용자는 좁고 열악한 공동생활을 견뎌야 하지만, 돈과 인맥을 가진 사람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공간과 각종 편의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철창 안에서도 돈이 계급을 결정한다는 이야기였다.

 

◇“돈이 있으면 콘도 같은 방에서 산다”

 

필리핀에서 22년째 거주한 교민 A씨는 외국인 수용시설의 내부 사정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시설 안에는 일반 수용공간과 분위기가 전혀 다른 별도의 숙소가 존재했다. 숲이나 나무로 둘러싸인 구역에 콘도처럼 꾸며진 방이 있고, 큰돈을 지불할 수 있는 일부 수용자가 이곳에서 생활한다는 것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일반 수용자들과 똑같이 생활합니다. 하지만 돈이 있는 사람은 별도의 방을 사용하면서 훨씬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같은 담장 안이지만 생활은 완전히 다른 셈이지요.”

 

현지에서는 이 같은 숙소를 이용하기 위해 매월 1000만원 안팎 또는 그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돌았다.

 

정확한 금액과 운영 방식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교민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돈 많은 외국인 수용자들은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A씨는 특정 시간에 인원 점검을 받는 것 외에는 휴식과 취침도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점만 빼면 웬만한 숙박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도 있습니다. 돈의 힘이 감옥 안에서까지 통하는 것이지요.”

 

◇고기와 술이 들어오는 주말 파티

 

더 충격적인 내용은 주말에 벌어지는 파티였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경제력이 있는 일부 수용자는 외부에 연락해 소고기와 돼지고기, 해산물 등을 주문했다. 술과 담배도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반 수용자에게 공급되는 식재료와 부식은 정해진 통로로 들어오지만, 특별숙소에서 사용할 고급 식재료와 물품은 별도의 경로를 통해 전달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말이면 좋은 부위의 고기와 해산물, 술과 담배를 주문한다고 합니다. 네댓 명이 모여 파티를 하는데 하룻밤에 100만원이 넘게 들어가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부 교민은 돈을 주고 외부 여성까지 출입시킨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다만 여성 출입과 관련된 내용은 시설 당국의 공식 확인이 없는 만큼 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같은 소문이 지속해서 나오는 배경에는 필리핀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와 금전 거래 관행이 있다는 것이 현지 교민들의 시각이다.

 

A씨는 “일반 사회에서도 돈이면 안 되는 일이 드문데, 관리와 감시가 폐쇄적으로 이뤄지는 수용시설은 외부에서 실태를 확인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철창 안에서도 멈추지 않는 도박

 

외국인 수용시설에서 가장 요지경 같은 대목은 도박이다.

 

범죄 혐의로 붙잡혀 자유를 잃은 사람들이 수용시설 안에서도 돈을 걸고 카드와 구슬 도박을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가벼운 놀이로 시작한다. 담배나 음식을 걸고 승부를 벌이다가 점차 현금이 오가는 도박으로 변한다.

 

판돈이 커지면 돈을 빌려주는 사람도 등장한다.

 

카지노 주변에서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를 흔히 ‘꽁지’라고 부른다. 교민 증언에 따르면 외국인 수용시설 안에도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돈을 잃은 수용자가 다시 도박하기 위해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면 가족이나 외부 지인에게 연락해 송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수용시설 안에서는 신용이 생명이라고 합니다. 돈을 빌려 도박하고 약속한 날짜에 갚지 못하면 폭행이나 협박을 당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바깥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일이 담장 안에서도 그대로 반복되는 셈입니다.”

 

도박으로 체포된 사람이 수용시설에서도 도박을 하고, 돈을 모두 잃은 사람이 다시 사채를 쓰는 기막힌 악순환이다.

 

장소만 교도시설로 바뀌었을 뿐 카지노 주변의 사채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프다는 이유로 허용되는 특별한 외출

 

돈의 힘은 담장 밖으로도 이어진다는 증언이 나왔다.

 

A씨는 질병 치료를 이유로 일부 수용자의 외부 진료가 허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돈을 이용한 특혜성 외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현지에서 돌았다고 전했다.

 

외출할 때는 무장한 교도관이나 보안요원이 동행하고 대부분 당일 시설로 복귀한다.

 

정상적인 외부 진료는 수용자의 기본적인 의료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아픈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진료를 명분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다.

 

“큰돈을 건네면 아프다는 이유를 만들어 외부 병원에 나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물론 교도관이 총을 가지고 동행하지만, 수용시설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일반 수용자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특혜입니다.”

 

이 역시 당국의 공식 조사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돈에 따라 숙소와 음식, 생활 편의는 물론 외출 기회까지 달라진다는 현지 증언은 필리핀 사법·교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보여준다.

 

◇범죄자가 만든 또 다른 시장

 

외국인 수용시설의 특혜가 사실이라면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수용자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고급 숙소와 외부 음식, 술과 담배, 도박과 사채가 존재하려면 물품을 공급하고 돈을 전달하며 출입을 묵인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관리자와 중개인, 외부 공급업자들이 수익을 나눠 갖는 하나의 음성적인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돈 많은 외국인 수용자는 이 시장의 가장 좋은 고객이다.

 

본국 송환이나 추방을 기다리는 동안 수개월 또는 수년간 돈을 지출하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범죄 수익을 통해 계속 돈을 조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수용시설에서도 특별대우를 살 수 있다.

 

범죄자를 가둬야 할 시설이 오히려 범죄자의 돈을 노리는 또 다른 사업장이 되는 셈이다.

 

A씨는 이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돈 없는 사람에게는 지옥이고, 돈 있는 사람에게는 불편한 콘도입니다.”

 

◇특별기 안에서는 모두 같은 피의자

 

그러나 돈으로 산 특혜도 송환 결정 앞에서는 끝이 난다.

 

2023년 12월 14일 특별기에 오른 한국인 피의자 47명은 더 이상 콘도형 숙소도, 외부 음식도, 술과 담배도 이용할 수 없었다.

 

비행기 좌석에 앉은 순간부터 이들은 한국 경찰의 감시를 받는 피의자일 뿐이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사기범, 마약·폭력 피의자들이 한 항공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한국 영공에 진입하자 각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들이 신병을 넘겨받을 준비에 들어갔다.

 

필리핀에서 아무리 오래 숨어 살았어도, 현지 시설에서 아무리 특별한 대우를 받았어도 한국에 도착하면 법정에 서야 했다.

 

특별기가 활주로에 내려앉으면서 그들의 필리핀 도피생활도 막을 내렸다.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나라

 

필리핀은 아름다운 바다와 섬, 따뜻한 기후를 가진 매력적인 나라다. 카지노와 골프, 휴양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찾는다.

 

동시에 빈부격차와 부패, 총기 범죄와 조직범죄라는 어두운 이면도 존재한다.

 

같은 수용시설에서도 돈이 없는 사람은 좁은 공간과 열악한 환경을 견뎌야 하고, 돈이 많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숙소와 음식, 각종 편의를 누린다는 증언은 필리핀 사회의 극단적인 양면성을 상징한다.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이 철창 안에서 다시 도박판을 벌이고, 돈을 잃으면 사채를 빌린다. 밖에서 돈과 도박 때문에 범죄자가 된 사람이 안에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들에게 감옥은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교정의 공간이 아니라, 돈과 욕망이 형태만 바꿔 계속되는 또 하나의 사회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기묘한 세계를 지배하는 규칙은 단순하다.

 

죄수복을 입어도 돈이 있으면 대접받고, 돈이 없으면 철창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야 한다.

 

필리핀의 외국인 수용시설을 둘러싼 이야기가 사실과 소문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장은 모두에게 똑같이 높아 보이지만, 그 안의 삶까지 공평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필리핀 외국인 수용시설 내에서 돈이 있으면 어떤 특혜를 누릴 수 있나요?+

현지 교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경제력이 있는 수용자는 일반 수용공간과 분리된 콘도형 숙소를 이용하며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또한 외부에서 소고기, 해산물, 술, 담배 등을 주문해 주말 파티를 즐기거나, 질병 치료를 명분으로 교도관을 동행해 외부로 외출하는 등의 특혜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용시설 내부에서 도박과 사채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용시설 내 수용자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카드나 구슬 도박을 시작하며, 판돈이 커지면 외부 카지노처럼 사채업자 역할을 하는 '꽁지'가 등장해 돈을 빌려줍니다. 돈을 잃은 수용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가족에게 송금을 요구하거나 폭행 및 협박을 당하는 등 외부의 범죄 생태계가 담장 안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필리핀 외국인 수용시설이 범죄자들에게 '또 하나의 사업장'이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시설 내에서 고급 숙소와 음식, 술, 도박 등이 이루어지려면 이를 공급하고 묵인하는 관리자와 중개인, 외부 공급업자들 간의 음성적인 시장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결국 범죄자를 교정해야 할 시설이 범죄 수익을 가진 이들의 돈을 노리는 사업장으로 변질되어, 돈의 유무에 따라 감옥 생활의 질이 결정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자 소개

홍춘봉기자

카지노 이슈와 산업 전반을 취재하는 K-Journal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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