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씨가 준비하는 게임머니는 약 1억5000만원. 하루 목표 수익은 500만원이었다.
바카라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한참 동안 게임을 지켜본 뒤 자신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순간 500만원을 베팅한다. 첫판을 맞히면 더 욕심내지 않고 칩을 현금으로 바꿔 카지노를 떠난다.
문제는 첫 베팅에서 졌을 때다.
500만원을 잃으면 다음 판에 1000만원, 다시 지면 2000만원, 또 지면 4000만원을 베팅한다. 패할 때마다 금액을 두 배로 올려 한 번만 이기면 앞선 손실을 만회하고 최초 목표액을 얻는 전형적인 마틴게일 방식이다.
측근인 이씨는 남씨의 변화를 이렇게 평가했다.
“200억원을 잃은 뒤 바카라를 정말 많이 연구했습니다. 요즘은 하루 500만원만 따면 미련 없이 일어납니다. 6개월 넘게 목표를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이트클럽보다 카지노에서 버는 돈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러나 이 말만으로 남씨가 카지노를 이기는 전문 겜블러가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카지노 측의 공식 손익자료가 확인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은 성공한 날은 기억해도 실패와 누적 손실은 정확히 알기 어렵다.
무엇보다 마틴게일은 승리전략이 아니다.
500만원에서 시작해 연속으로 패하면 베팅액은 1000만원, 2000만원, 4000만원, 8000만원으로 급증한다. 다섯 번 연속 패하면 누적 손실은 1억5500만원에 달한다. 남씨가 준비한다는 게임머니 1억5000만원을 넘어선다.
수십 번 작은 승리를 쌓아도 단 한 번의 긴 연패가 그동안의 수익을 모두 지울 수 있다. 카지노의 테이블 한도와 개인의 자금에는 끝이 있지만 연패 가능성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기 때문이다.
남씨는 오늘도 마닐라의 카지노를 찾는다고 한다.
판을 살피고, 흐름을 읽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린다. 첫 베팅에서 이긴 날에는 500만원을 챙겨 미련 없이 문을 나선다.
그 모습만 보면 카지노를 정복한 노련한 승부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의 가방 속 1억5000만원은 하루 목표인 500만원을 벌기 위한 자금인 동시에, 한 번의 연패 앞에서 사라질 수 있는 위험자금이다.
총구 앞에서 몸을 돌려 목숨을 건졌고, 납치범에게 몸값을 주고 산속에서 살아 돌아온 남씨. 그는 사업에서도 성공했고 필리핀의 거친 밤거리에서도 살아남았다.